퇴사.

설마 불치병은 아니겠지? 라고 물으셨다. 그냥 웃으면서 설마요.
회사를 그만두는 하나의 이유는 "아파서" 였다. 물론 그것뿐만은 아니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거였기 때문이다. 난 거짓말 안한다구요. 시도때도 없이 눈물날 만큼 몸이 아픈데 회사에선 티 내기 싫어 그냥 꾹꾹 눌러참는 것에도 한계는 있는거였다. 그렇다고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삐쩍삐쩍 말라가는 거면 말도 안하겠는데. 유일하게 살이 없는 신체부분인 발마저 통통하게 부어오르니-_- 말은 다했다. "민정씨, 회사 올 때랑 퇴근할 때 얼굴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는 말을 들으며 으흐흐. 퇴근은 즐거운거거든요 그랬지만. 아침마다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봉봉 부어오른 내 얼굴. 내 손가락. 내 다리가 참 보기 싫어 출근 하기 십분전에 바닥에 앉아 다리를 주무르고 팔을 주무르다보면..그 더운 방에서 땀이 나고. 결국 출근길에 오르기도 전에 잠으로 보충한 체력이 바닥이 나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당장 그만두라 다들 한 마디씩 했고. 남자친구도 회사 언제 그만두냐며 물어대고. 나도 궁금했다. 대체 언제쯤 퇴사가 가능한걸까.
그게 저저번주까지였다. 한 열흘정도는 정말이지 살만하더라. 칼퇴근하고 집에 오면 적어도  열시에는 잘 수 있는 환경. 건축회사-에 다니는 주제에 무려 하루 여덟시간에서 아홉시간 수면이 보장되었었다 -그래도 오후되면 체력은 소진되더라-  저저저번주처럼 일주일에 링겔 네개씩 꽂고 야근해야하는 웃기지도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살만했지만 그래도 내 모든 관심사는 퇴직이었다. 쉬어야한다. 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런 체력으론 어림도 없다. 그러니까 기필코 그만두고만테다- 는 일념 하나로 사장님과의 면담과 사원증을 반납하는 것으로 어제 저녁 여섯시. 나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
아마 회사에는 이런저런 소문이 돌겠지. 나는 내가 퇴사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냥 아파서요. 라고만 했고. 팀장님의 애인인 다른부서 팀장님은 설마 죽을병에 걸린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한단다. 알게 뭐야. 난 백수가 되었다. 상팔자중 상팔자가 된거다. 쉬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내가 해야할 일들을 차근차근 하자.

by 나무벌레 | 2008/07/13 23:22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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